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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근 없음...메모만 유리창에 한집 건너 한 집 비어있는 이대앞 상가들..

  • 작성일 2021.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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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일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유행하기 이전에는 학생들은 물론 중국인 관광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던 이곳은 ‘한 집 건너 한 집’ 꼴로 폐업 상태였다. 빈 가게 창문에는 “권리금 없음. 임대문의”라고 적힌 메모가 붙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연세대 앞도 사정은 비슷해보였다. 이대 쪽보다는 사정이 나은 듯 했으나 중대형 매장을 중심으로 100m당 한 곳 꼴로 빈 점포가 보였다.

5월 13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 상가 곳곳이 비어져 있고, 임대 매물로 나와 있다. / 이신혜 인턴기자
 
5월 13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 상가 곳곳이 비어져 있고, 임대 매물로 나와 있다. / 이신혜 인턴기자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신촌 대학가 상권의 침체 분위기가 쉽사리 회복되질 않고 있다. 대학에서 비대면 강의가 주를 이루다보니 학교를 오가거나 상권을 이용하는 학생 수가 확연하게 줄어든 것이 첫 번째 이유다. 여기에 관광객이 찾지 않는다는 것이 결정타였다. 이에 가게 문을 닫고 떠나는 상인은 작년보다 더 늘었고 임대료를 낮춰도 임차인이 나타나지 않아 지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그야말로 찬바람이 불고 있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실제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신촌·이대 중대형 상가(연면적 330㎡ 초과 혹은 건물 층수 3층 이상) 공실률은 올해 1분기 13.3%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년의 경우 1분기 10.3%, 2분기 10.5%, 3분기 12%, 4분기 10.7%였다. 회복하는 듯 했던 소형 매장 공실도 다시 늘고 있다. 신촌·이대 상가 소형 매장 공실률 추이를 보면 작년 3분기 10.3%까지 늘었다가 작년 4분기 3%까지 줄었는데, 올해 1분기 들어 다시 5.5%로 공실이 증가했다.

이화여대 근처 A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보다 공실이 더 늘었다”면서 “건물주들도 상가 임대료를 평균적으로 20%는 낮추는 추세”라고 했다. 그는 “얼마 전 임대료를 50% 낮춘 건물주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지금 새롭게 가게를 열겠다며 들어오려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근처 B공인중개소에서는 “지금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도 권리금을 포기하고 나갈 수만 있으면 감사하다고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권리금도 못받고 빚을 내서 철거비까지 부담해 나가는 상인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공실이 늘면서 일부 임대료 하락 조정이 이뤄지고 있으나, 줄어든 유동인구가 회복되질 않다 보니 임차 수요가 쉽사리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유동인구 감소는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2월말 신한카드사의 가맹점 매출액으로 작년 한해 총 상점 매출액을 전년동기와 비교한 결과, 서대문구 신촌동은 서울 내에서도 매출이 많이 감소한 지역으로 꼽혔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이 3171억원 줄어든 신촌동은 강남구 역삼동(3536억원)과 마포구 서교동(3364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줄어든 곳이었다.

 

연세대 근처 카페를 운영하는 30대 이모씨는 “작년에는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질 않아 하루에 커피를 두자릿 수 팔기도 어려웠다”면서 “매출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질 않다보니 임대료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토로했다. 신촌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건재한 연대 앞 중앙라인은 임대료 변화가 거의 없는 반면, 골목 상권 임대료는 15~20%는 싸졌다”고 했다. 그는 “새로 들어오려는 임차인들도 부담이 큰 중대형 상가보다는 소형 상가 위주로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고도 했다.

5월 13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정문 앞 명물거리에 폐업한 가게들. /이신혜 인턴기자
 
5월 13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정문 앞 명물거리에 폐업한 가게들. /이신혜 인턴기자

그런가하면 시장 일각에서는 ‘지금이 바닥’이라는 심리도 생겨나고 있었다.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금 권리금을 포기한 공실 상가가 많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저렴한 투자 금액으로 들어올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대 인근 상가를 빌려 1년째 의류업을 하고 있는 최모씨는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2월까지 거리두기 2.5단계가 이어지며 이대 거리를 찾는 손님들이 거의 없었고, 그 때 이웃 상인들이 줄줄이 폐업을 했다”면서 “그때에 비하면 3월 개학 시즌부터 방문객은 늘긴 했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백신 접종 인구가 늘어나고 올해 2학기 중반부터 대면 수업이 가능해지면 대학가 상권이 좀 살아날 것”이라면서도 “정부는 그 때까지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대출을 지원해주고, 임대료를 감면해주는 임대인에 대한 세제 혜택을 적극적으로 주는 등 지원 제도를 뒷받침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 이전 수준의 상권 부활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사실상 ‘코로나19 종식’이 대학가 상권 회복의 열쇠인데, 온라인 강의 증가와 소비 패턴의 변화 등이 상당 부분 그대로 이어질 가능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사태를 계기로 시작된 대학 온라인 강의가 앞으로도 정착되면서 향후에도 학생들이 학교로 오는 일이 예전보다는 줄어들 것”이라면서 “학생들이 학교에 나와 강의를 듣는 수요도 줄고, 지방권 학생들이 굳이 학교 근처에 살지 않게 되면 장기적으로 대학 상권가가 옛날만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코로나가 종식되면 유동인구가 늘어나 상권이 지금보다는 일정 부분 회복될 수 있으나, 코로나 발생 이전처럼 신촌 상권이 활발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면서 “코로나 이전 수준의 상권 부활을 기대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했다.

 

 

기사 원문, 출처 :https://biz.chosun.com/real_estate/real_estate_general/2021/05/17/W4VMU4YFKBEM5MCF2SVOJAV63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