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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대차법은 성장통"…알맹이 없는 정책, 민심과 동떨어진 정부

  • 작성일 2020.11.23
  • 조회수567

 기사입력 2020.11.20. 오후 12:03

 

<서민ㆍ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

수요자 원하는 아파트 등 알맹이 쏙 빠져
민심과 동떨어진 정부 인식·판단도 문제

국토부 "임대차법은 겪어야 할 성장통"
여론은 싸늘…전문가들도 "방향 잘못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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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문제원 기자] '3561건'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지난달 20대 이하 젊은 층이 전국에서 사들인 아파트 수다. 전월의 2848건보다 25% 늘어난 물량이다. 지난달 20대의 아파트 매수량은 전체 거래량 6만174건의 5.4%에 해당하는 것으로, 지난해 1월 감정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이다.

업계는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도 젊은 층의 패닉바잉(공포에 의한 매수)이 오히려 확대되는 것은 그만큼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어졌음을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라고 지적한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집값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전세난까지 겹치자 막차라도 타자는 심정으로 젊은 층이 주택 매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전국에 11만4000가구의 전세형 주택을 공급하는 '서민ㆍ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이 시장의 분노를 키우고 있는 것 역시 빈약한 '알맹이'와 부족한 현실판단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 '영끌' 수준으로 물량을 모아 발표했지만 정작 수요자들이 원하는 물량은 일부에 불과해 수요자들의 불안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전세난의 원인이 임대차3법이 아닌 저금리 등 구조적 요인 때문이라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 윤성원 국토부 1차관 등의 현실인식은 이같은 분노에 기름을 끼얹는 형국이다. 실제 전날 김 장관이 "임대차3법은 소중한 사회적 합의"라고 언급한데 이어, 윤 차관도 이날 임대차3법을 국민이 겪어야 하는 '성장통'이라고 평가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서울 3만5300호…아파트조차 '저소득층용 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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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물량 중 3만5300가구가 배정된 서울만 해도 공급 주택의 입지나 물량, 현실성, 품질을 두고 비판이 쏟아진다. 서울의 경우 신축 매입약정이 2만가구로 가장 많았고, 상가ㆍ호텔 등 비주택 리모델링(5400가구), 공공전세 주택(5000가구), 공공임대 공실(4900가구) 물량이 뒤를 이었다. 이 중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보유하고 있어 당장 내년부터 공급이 가능한 물량은 비중이 가장 적은 '공실' 공공임대 밖에 없다.

신축 매입임대와 공공전세의 경우 향후 LH 등과 건설사 간에 매입약정을 체결해야 실제 물량을 확인할 수 있고, 비주택 리모델링 역시 상가, 호텔, 오피스 소유자의 지원을 받아봐야 한다. 서울 총 물량의 약 86%가 불확실한 물량인 셈이다. 정부는 "매입약정의 경우 현재도 대기 사업자가 많아 공급여력이 충분하고, 산출된 물량은 현실가능성을 검토한 뒤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추정치에 불과한 만큼 추후 입지 등 적정성 검토와 지원을 받아야 정확한 수량을 알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공공임대 물량이 다세대ㆍ연립주택 등이란 점이다. 서울 내 아파트로 공급하는 물량 2000여가구조차 영구ㆍ국민임대로 전용 60㎡에 못미치는 저소득층용으로 지어진 것들이다. 정부는 대책 발표자료에도 전세난의 원인에 대해 "주거상향 수요 증가로 아파트 전세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정작 물량은 대부분 다세대주택 등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민심과 멀어지는 정부 인식…임대차법이 성장통?

 

들끓은 민심에도 바뀌지 않는 정부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인식과 진단도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김현미 장관은 전날 대책을 발표하면서 "임대차 3법은 집이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사회적 합의로 이룬, 소중한 성과"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언제 사회적 합의를 했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정부가 지난 7월말 전격적으로 임대차 3법을 시행하면서 시장의 불안이 넉달째 지속되고 있는데, 사회적 합의를 이뤘다는 김 장관의 말이 황당하다는 것이다.

당시 정부와 여당의 임대차 3법 도입 과정에서 시장과 전문가들은 전ㆍ월세 대란이 날 것이라고 경고했었지만 원안 그대로 강행해 결국 시장의 큰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윤성원 국토부 1차관도 이 같은 인식과 별반 다르지 않다. 윤 차관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최근의 전세시장 불안의 '원흉'이 임대차 3법이라는 비판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국민소득이 1인당 3만불이 넘는다. 경제가 한번은 겪어야 할 성장통이 임대차 3법이다"고 말했다. 수많은 서민들이 전세난에 고통을 겪고 있지만 정부는 이를 '성장통'이란 단어로 평가절하한 것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전세난 원인 다양하지만 핵심은 새 임대차법"이라며 "가구 분화로 인한 1인가구 증가 등을 큰 원인으로 보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공공 간섭 보다 민간 역할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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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정부가 국민들이 실제 원하는 카드를 내놓지 못해 정책 실패를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수요자들을 위한 정책을 한다면서 대출을 규제하고, 전세대책을 내놓은다면서 방치된 빌라, 망한 호텔 가서 살라고 하는 게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이번 전세시장 대책을 보면 돈없는 사람은 영구임대주택에만 죽을때 까지 살라는 거다"며 "자꾸 국민들보고 거지로 살라는 얘기인가"라고 말했다. 양지영 R&C 연구소장도 "정부가 공급량에 집중하다보니 근본적인 해결 문제에서 많이 놓치고 있다"며 "전세난의 주범이 1~2인 가구가 아닌데, 호텔, 상가 등 1~2인 가구에 집중 되어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등 공공이 자꾸 간섭하려 하지 말고 민간의 역할을 더욱 키워야한다도 조언한다. 실수요자과 시장이 원하는 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정부가 빠른 시일 내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보니 다세대 다가구 빈집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지금 수요층은 아파트만 찾는데, 성공을 위해선 수요자 원하는 지역, 충분한 물량, 적기 공급 등 삼박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기사원문 : https://view.asiae.co.kr/article/2020112011531832814